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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결핍 너머의 가능성: 긍정 심리학의 등장과 목표
20세기 심리학은 주로 인간의 정신적 고통, 질병, 역기능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우울증, 불안, 트라우마 등 '고장 난 부분'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는 분명 인류의 고통을 경감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인간 경험의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성찰 속에서, 20세기 말 새로운 심리학의 흐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입니다. 1998년 미국 심리학회 회장이었던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에 의해 주창된 긍정 심리학은, 질병이나 약점에만 주목하는 기존 심리학의 '결핍 모델'을 보완하여, 인간의 강점, 미덕, 행복, **웰빙(Well-being)**과 같이 삶을 가치 있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긍정적인 측면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데 목표를 둡니다. 긍정 심리학은 삶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긍정적인 자원과 잠재력을 발휘하여 역경을 극복하고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며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셀리그만은 긍정 심리학의 세 가지 핵심 기둥으로 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s) 연구, 긍정적 성격 특질(positive individual traits: 강점과 미덕) 연구, 그리고 긍정적 제도(positive institutions: 웰빙을 촉진하는 가족, 학교, 직장 등) 연구를 제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긍정 심리학의 핵심 개념인 행복, 성격 강점, 그리고 웰빙 모델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럽게 가꿀 수 있는지 그 길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긍정 정서와 주관적 안녕감
긍정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행복(Happiness)**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이고 다면적인 개념이기에, 긍정 심리학에서는 이를 보다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연구하기 위해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주관적 안녕감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기쁨, 감사, 평온함, 흥미, 희망, 자부심, 영감, 사랑 등 **긍정 정서(Positive Emotions)**를 자주 경험하는 것입니다. 긍정 정서 연구의 대가인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은 '확장-구축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을 통해 긍정 정서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폭을 넓히고(확장), 장기적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자원을 구축(구축)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둘째, 슬픔, 분노,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적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셋째,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평가하는 높은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행복, 즉 주관적 안녕감을 결정할까요?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설정값(약 50%), 삶의 환경이나 조건(약 10%), 그리고 의도적인 활동(약 40%)이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는 환경적 요인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활동들, 예를 들어 감사 표현하기, 친절 베풀기, 현재 순간 음미하기(savoring), 낙관적인 태도 유지하기 등이 행복 증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복권 당첨이나 실직과 같은 큰 삶의 사건들도 일시적으로 행복 수준에 영향을 주지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기준선으로 돌아가는 경향(쾌락 적응, Hedonic Adaptation)을 보이기에,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중요합니다.
나만의 강점 찾기: 긍정 심리학의 성격 강점과 덕목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약점이나 문제점을 고치는 것만큼이나, 개인이 가진 고유한 **성격 강점(Character Strengths)**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마틴 셀리그만과 크리스토퍼 피터슨(Christopher Peterson)은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대응하는 '긍정적인' 분류 체계를 만들고자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 철학에서 보편적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덕목(Virtues)**과 이를 발현하는 구체적인 성격 강점들을 연구하여 **VIA 성격 강점 분류체계(VIA Classification of Strengths)**를 개발했습니다. 이 분류체계는 크게 6가지 핵심 덕목(지혜, 용기, 인간애, 정의, 절제, 초월) 아래 24가지의 구체적인 성격 강점(예: 창의성, 학구열, 용감성, 끈기, 친절, 사랑, 사회지능, 공정성, 리더십, 겸손, 용서, 감사, 유머, 영성 등)을 포함합니다. 긍정 심리학에서는 이 중에서 개인이 특히 두드러지게 가지고 있으며, 사용할 때 즐거움과 활력을 느끼고 스스로 진정성(authenticity)을 경험하게 하는 강점을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s)'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이나 직장, 학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식적으로 활용할 때,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행복감, 삶에 대한 몰입(engagement), 의미감(meaning)을 경험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회복탄력성 또한 향상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검사(예: VIA Institute on Character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탐색해 보는 것은 긍정 심리학적 접근을 실천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충만한 삶을 향하여: 번영(Flourishing)과 PERMA 모델
긍정 심리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상태, 즉 **번영(Flourishing)**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셀리그만은 이러한 번영하는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하며 **PERMA 모델(PERMA Model)**을 개발했습니다. 첫째, **긍정 정서(Positive Emotions)**입니다. 즐거움, 감사, 희망 등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하는 것입니다. 둘째, **몰입(Engagement)**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나 활동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플로우(Flow)' 상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때 몰입을 경험하기 쉽습니다. 셋째, **긍정적 관계(Positive Relationships)**입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다른 사람들과 따뜻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관계는 웰빙의 핵심 요소입니다. 넷째, **의미(Meaning)**입니다. 자신의 삶이 가치 있고 목적이 있다고 느끼며,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소속되어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다섯째, **성취(Accomplishment)**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며 유능감과 숙달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PERMA 모델의 다섯 요소는 각각 독립적으로 중요하며, 이 요소들을 균형 있게 추구하고 증진시킬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번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 적용(Applying Positive Psychology)**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교육(긍정 교육), 조직(긍정 조직 심리학), 임상(긍정 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감사 일기 쓰기, 친절 행동 실천하기, 자신의 강점 활용하기 등 간단한 실천부터 시작하여 긍정 심리학의 원리들을 삶에 적용해 본다면, 우리는 문제 해결을 넘어 성장과 성숙, 그리고 궁극적인 웰빙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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